목차
1. 줄거리와 인물분석
2. 애착이론으로 바라본 관계(회피형 vs 안정형)
3. 백정경 배우에 빠지다

줄곧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둥둥 떠있던 썸네일을 우연히 누른 후 정주행해버린 중국 현대극 드라마 <난홍>. 배우들의 스타일에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캐릭터의 성격 형성 과정을 비교적 섬세하게 보여주어 스토리의 몰입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남주: 쌍옌(백정경 배우)
여주: 원이판(장약남 배우)
1. 줄거리와 인물분석
<난홍>은 '달래기 어려운 사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사람'의 뉘앙스를 갖고 있습니다. 남주 '쌍옌'과 여주 '원이판'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며 우정보다 가까운 하지만 이성교제 금지라는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애틋하게 마음을 키워가던 사이였습니다. '원이판'은 무용과 학업에도 출중하고 어딜 가나 돋보이는 미모를 가진 여신이었지만, 자신을 각별히 사랑해 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혼하며 친척집에 맡겨지게 된 내면의 상처가 많은 인물입니다. 언제나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 어머니의 무관심과 방임, 가까운 친척의 구박과 트라우마에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예쁘고 야무진 탓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본의 아니게 많이 받게 되는데 이 모든 걸 속으로 많이 삭히는 성향이에요.
그런 '원이판'에게 '쌍옌'은 언제나 늘 곁에서 그녀만을 바라보는 존재로 '원이판'이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마다 나타나 그녀의 편이 되어줘요. 친척집에 얹혀살며 음식을 사러 가게에 갔다가 돈이 없는 것을 알게 된 고등학생 '원이판'이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웅크려 앉아 울기 일보 직전일 때, 운동을 하러 나왔던 '쌍옌'이 나타나 지금 당장은 돈이 없다고 말해요. 하지만 '지금 없다는 것이 앞으로도 없다는 뜻은 아니야. 금방 다녀올게.'라며 들고 온 농구공을 맡기고 한달음에 집에 다녀와 '원이판'이 잃어버린 돈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고등학생이고 의지하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하여 하루아침에 방임되다시피 한 '원이판'에게 저녁 한 끼 해결할 그 돈이 얼마나 소중했겠어요. 이 드라마가 유독 좋았던 점은 사소한 장면마다 상대가 상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쌍옌'은 활달하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남자아이에서 '원이판'을 만난 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에요. '원이판'이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데도 '쌍옌'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면이 순애처럼 보여 마음이 달달하면서도 뭉클하기도 했어요. 같은 대학에 진학하기로 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원이판'이 불쑥 고향에서 먼 다른 대학으로 진학해버리게 되고, 그렇게 둘은 이별하게 되었다가 우연히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어요. 드라마적 설정이긴 하지만 '쌍옌'이 운영하는 '초과근무'라는 주점에 '원이판'이 방문하게 되는데, '쌍옌'은 그녀를 모르는 척합니다. 그런데 우연이 자주 겹쳐요. 어떤 것은 의도된 우연이기도하고요. 결국 '쌍옌'의 적극적인 '우연'을 가장한 마주침의 노력으로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사이가 되는데, 여기서부터 스토리가 더 흥미로워집니다.
늘 마음속에 쌓아두는 것이 습관이 된 '원이판'은 몽유병을 앓고 있었어요. '쌍옌'은 그런 '원이판'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만, 그녀를 관찰하며 다치지 않도록 조명이며, 보호장치이며 하나 둘 챙겨두기 시작해요. 츤데레처럼 툴툴거리면서도 많이 남았으니 먹어달라는 식으로 '원이판'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그만의 애정을 보여줍니다. '원이판'이 이를 잘 못 알아차리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받는 것에 서툰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2. 애착이론으로 바라본 관계(회피형 vs 안정형)
'쌍옌'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만 하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타입이에요. 그러면서도 '원이판'이 거리를 두거나 회피해도 억지로 답을 요구하거나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기다려주는 인물입니다. 그야말로 안정형 남친 그대로예요. 그녀의 과거와 상처를 차츰 이해해 가며, 그녀가 준비될 시간을 충분히 주려합니다. 자신의 일과 인간관계도 꾸준히 잘 이어가기도 하고요. 이런 면이 안정형의 대표적인 면모가 아닐까 싶어요.
보통 불안형이라고하면 끊임없는 확인 요구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감정 기복이 큰 관계, 붙잡기 위한 과도한 행동과 같은 특징을 떠올릴 수 있는데 '쌍옌'은 이런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아요.
반면에 '원이판'은 회피 애착의 특징을 많이 보이는 인물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고,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하지요.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혼자 해결하려 하고,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을 어려워하여 '내가 떠나는 게 상대에게 더 낫다'는 식의 사고를 합니다. 극 중 어린 시절 경험과 가족 환경에서 비롯된 방어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번 형성된 성격이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회피형'이 '안정형'을 만나면 조금씩 감정을 표현하고 의지하는 법을 배워 가며 '안정형'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획득된 안정 애착(earned security)'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시간 동안 '믿어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해야 하겠지만 그만큼 상대가 안정적이라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요.
3. 백정경 배우에 대해
'원이판'을 연기한 장약남 배우는 실제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요. 배우가 아닌 '원이판'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인다는 건 그만큼 배우가 섬세한 연기를 했다는 뜻이겠지요. '쌍옌'역의 백정경 배우는 <난홍>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역시나 그의 작품이 내내 추천작에 떠있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난홍>을 보고 난 후에야 그 썸네일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난홍: The First Frost, 2025> 에서 오랫동안 한 사람만 사랑하는 '순애남' 캐릭터를 보여주었다면, <불면일: 잠들 수 없는 하루, 2025>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형사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지금 한창 주행중이에요!) 같은 배우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냉미남 역을 맡아도 어딘가 얼굴에 장난기가 서려있는데 <잠들 수 없는 하루>에서는 더 다양한 표정의 백정경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로맨스물은 아니고 범죄 스릴러예요. 이런 남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느낌!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난홍>을 재밌게 보실 수 있을거예요. 한 사람만을 운명처럼 사랑하는 사람. 요즘 순애라는 말이 부쩍 많이 보이는데 <난홍>의 두 인물이 딱 순애예요.
과하지 않게 달달한 드라마로 추천 드립니다.